사람들이 흔히 ‘절대적’이며 ‘불변하는 진리’라고 생각하는 과학 분야 또한, 사회의 주류(Main stream)에 의해 충분히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. 토마스 쿤이 설명한 ‘패러다임의 변화’라는 과정이 이를 잘 설명한다. ‘패러다임’이란 과학집단의 실천 논리인데 과학자들의 몸에 체화된 감각이자 암묵적 지식을 뜻한다.
19세기 에딘버러에서 있었던 골상학 논쟁은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.
골상학은 19세기 초 독일계의 프란츠 갈과 슈푸르츠하임이라는 오스트리아 의사들의 주장에서 유래했다. 그들은 두개골의 형태를 관찰함으로써 각각의 인간에게 발달한 능력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. 골상학자들은 ‘평행론’(parallelism), 즉 두개골은 대뇌 피질과 평행하다는 주장을 통해, 해부를 해보지 않아도 두개골의 형태를 알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기도 했다.
이러한 골상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한 측은, 에든버러 대학의 엘리트 계급 의사들과 스코틀랜드의 도덕철학자들이었다. 그들은 두개골의 형태가 대뇌 피질과 평행하지 않으며, 뇌의 기능은 분화되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. 이러한 두 집단 논쟁은 당시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대한 이해와 결합하면 흥미로운 분석을 이끌어낼 수 있다.
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영국에서는 분업이 확산되고 있었다. 분업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부르주아 계급에 대해, 기존의 엘리트층이나 도덕철학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었다. 사회 통합에 그들이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. 한편 부르주아 계급들은 당시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는데,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을 극대화하는 ‘분업’을 추구하여 궁극적으로는 지배계급과의 평등을 추구하였다. 이러한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와 골상학은 잘 맞아떨어져, 사람마다 다른 능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해준다는 분업을 지지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기능하여 사회의 주류로서 인정받는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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