굉장히 고전하고 있다. 사실 죽을 맛이다. 아무리 Take-home이라지만 미리 공부는 해야하는데 머리에 정말 구조가 잘 안잡혀서 큰일이다. 지난 학기에도 같은 교수님 수업을 듣긴 했지만 그 때는 입문 수업이었고 게다가 자비로운 클로이 조교님(ㅠㅠ)의 은혜로 살았는데 이번 학기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있으므로 OTL 경제 공부 좀 했어야 해... 지난 여름에 자잘한 알바를 할 게 아니라 계절학기로 경제학원론을 들었어야 했는데... ㅠㅠ
중간고사 전까지 수업의 큰 골자는, 2008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 무엇인지?! 에 관한 거다.
99년, 금융기관들을 분리시켜놓았던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고, 주택 구입을 권장하는 분위기에 이자율을 낮추고 대출이 쉬워지면서 주택 가격 버블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, 풀린 규제를 틈타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높은 파생상품으로 장난질을 치기 시작했고, 서로 지나치게 연결되었던 금융기관의 구조로 인해 결국은 이 모든 게 도미노처럼 와르르르르르.... 정도가 두 달 내내 내가 이해한 전부이다 ^_ㅠ 그 와중에 작용한 월스트리트의 도덕적 해이, 정계와 금융계의 유착 등등 미시적 요인들.... 등등. 아무튼 대공황 이래의 첫 대형 시장실패... 규제가 짱이라능..... 엉엉. 살려주세요.
수업 시간 내내 다큐영화를 네 편 정도 보았는데 (The Warning, Too Big To Fail, Inside the Meltdown, Inside Job) 아무래도 이걸 다시 좀 들여다 봐야 (영어 자막과 함께 ^_ㅠ) 다시 기억이 살아날 듯.
잡다한 사항들:
- 미국 가구의 주택 소유는 80년에서 94년까지 64% 정도로 꾸준했었는데, 04년 무렵에는 69.2%로 증가했다. 사실 이게 별 거 아닌 숫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, 14년동안 그대로 유지됐던 수치가 10년만에 5퍼센트 넘게 상승했다면 엄청난 수치로 봐야 한다..
- 97년에서 06년 사이, 보통의 미국 주택 가격은 124% 상승.
- 06년 전국 주택가격 중앙값은, 소득 중앙값(연소득이겠지?)의 4.6배가 됨. (미국에선 이거 비상식적인거다.. 한국 집값이 미쳐서 그렇지 ㅎㅎ)
- 주택가격 버블은 적은 수의 집 주인들이 낮은 이율로 집을 차환하거나, 2차 모기지를 빌림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돈을 대는 것으로 이어짐 (뭔 개소리인지 몰라서 다시 읽어야 한다)
- 미국 주택 부채는 연간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90년 77%에서 07년 말에는 127%으로 증가. 즉, 평균적으로 1년동안 번 돈 및 가진 재산을 다 팔아 쏟아부어도 집 때문에 진 빚이 27퍼센트나 남는 상황이라는 것.
- 신용카드 소비 행태로도 이런 버블을 관찰할 수 있는데, 이율이 낮아지니 사람들이 할부 깔아놓고 맘껏 펑펑 쓰기 시작하기 때문.
- 모기지(주택담보대출)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음: 하나는 conforming mortgage, 또 다른 하나는 non-conforming mortgage. 전자는 정상적인 대출, 좋은 신용이 필요하고 대출액이 수입의 28% 이상을 넘어갈 수 없음. 주택담보대출비율이 80% 되어야 함. 후자는 신용 나빠도 빌릴 수 있게 하고, 다른 조건 만족시킬 필요가 없음... (담보가 이상한?!)
- 2차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생겨남에 따라, 돈 빌려주는 기관이 투자자들에게 이 모기지를 묶어서 팔게 됨. 그래서 기관이 돈을 더 빌려줄 수 있게 만드는 구조. 디테일한 구조를 살피자면: 지역은행/모기지회사 -> Fannie Mae & Freddie -> 투자은행 -> 채권 소유자
- 투자자들은 S&P, Moody's, Fitch와 같은 신용조사기관들의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, 큰 금융기관들은 (리스크와 상관없이) 대부분 좋은 점수 받았으므로 믿고 투자하게 되는 구조.
- 앨런 그린스팬(미국 Fed 회장)의 잘못된 판단이 큰 몫. (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! 근데 그 알아서 하는게 수십 수백만명을 희생시키는 일이었다능...)
- 버블의 정의: 실질 가치보다 가격이 상승할 때. 이 때는 누구든 집을 사고 싶어함. 어떻게든 또 올라갈 거라는 희망이 있으므로.
- 1933년 공황 직후의 글래스-스티걸 법안이 폐지되고 1999년의 금융근대화법안(그램-리치-빌리 법안)이 도입되면서 상업은행이 증권업을 겸할 수 있게 됨. 새로운 법안은 하나의 금융 기관이 상업 은행/증권/보험까지 하는 데에 제한을 철폐한 셈. Too Big To Fail의 길을 닦아준 것.
- 미국 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주정부에 의해 규제되고, 상업은행은 연방 정부에 의해 규제되는 등 규제 주체가 이리저리 나뉘어져 있는 특성상 효율적으로 감시가 이루어지기 어려움..